"여기 원래 40~50대가 찾던 간장게장 골목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지?"
활력을 잃어가던 서울지하철3호선 신사역 인근 먹자골목이 부활하고 있다. 강남구와 맞닿은 서초구 끝자락에 있는 이 지역은 한때 아귀찜과 꽃게탕 집을 비롯해 실내포장마차 등이 몰려 있어 술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활력이 넘치던 먹자골목은 2000년대 들어 서서히 생명력을 잃어갔지만, 최근 상인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젊은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고 활기를 되찾았다. 가로수길과 가까운 터라 ‘건너수 먹방길’이라는 새 이름도 붙었다.
지난 28일 점심 무렵. 신사역 4번출구로 나오니 ‘고민 따위 쌈 싸먹어’, ‘배부름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등의 문구가 적힌 노란색 푯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전히 아귀찜, 간장게장, 부대찌개 등을 파는, 척 봐도 오래된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선 먹자골목에선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러 온 20~30대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28일 찾은 ‘건너수 먹방길’에서 점심을 먹은 젊은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과거 이 지역은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위해 찾는 애주가들은 물론, 2차와 3차를 위해 찾아오던 직장인들로 붐비던 곳이다. 메뉴는 대부분 ‘아재 메뉴’. 때문에 대학생 등 젊은층 보다는 직장인과 중년이 많이 찾던 곳이다.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건 작년 말부터다. 서초구와 잠원동 상가 번영회 등이 협업해 건너수 먹방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거리를 조성하기 시작한 것. ‘노포(老鋪)’를 찾아 음식을 먹는 유행이 번지는 것과 맞물리며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건너수 먹방길에는 총 170여 개의 음식점이 있는데, 이중 10년을 넘게 운영해온 음식점이 140곳 정도 된다.
잠원동에서 30년동안 음식점을 운영한 김해균 잠원동 상가번영회 총무는 "노란 깃발을 골목마다 세우니 젊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건너수 먹방길이라는 이름이 붙자 이전에는 50대 이상이 대다수였던 손님의 연령대가 확 낮아졌다"고 말했다.
건너수 먹방길 예찬론자도 만날 수 있었다. 신사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수진(28)씨는 "건너수길에는 10년 이상 된 맛집들이 워낙 많아 맛이 기본 이상은 보장되는 것 같다"며 "요즘에는 친구들에게 저녁 장소를 이 지역 노포로 정하자는 제안도 종종 한다"고 했다.
건너수 먹방길 중심에 있는 ‘싸리재 공원’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김민정 기자
건너수 먹방길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잠원동 일대에서 신사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진됐다. 건너수 먹방길로 들어서는 큰길에는 원래 ‘JS강남웨딩문화원’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신사역 멀버리힐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업무시설과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 상권이 새로 생기는 셈인데, 문제는 뒷골목 상권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서초구청과 잠원동 상가번영회, 잠원동사무소 등이 팔을 걷어붙였고, 재생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건너수 먹방길 중심에 있는 ‘싸리재 공원’은 도심 속의 캠핑을 콘셉트로 마련돼 있다. 메인 거리에는 벽화가 그려져있고, 깃발과 조명이 곳곳에 설치 돼 있다. 음악과 마술, 풍선쇼 등 공연도 자주 열린다.
구청과 상가번영회 등이 힘을 합치자 공실률도 줄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신사역 인근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분기 8.3%에서 2분기 7.9%로 0.4%포인트 감소했다.
신분당선 서울구간 연장 사업과 위례신사선 개통 등 교통 호재도 많아 향후 유동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용산부터 강남을 연결하는 신분당선 서울구간 연장 사업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1단계 사
업인 신사~강남 구간 공사를 하고 있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강남구를 지나 신사역까지 연결하는 것으로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신사역 인근 상권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며 공실률이 높은 편이었는데, 최근 개선되고 있다"며 "신사역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30만명 정도로 수요는 꾸준히 있어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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